장애인생산품 홍보장터 개최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쿠키입니다. 드셔보고 가세요” 22일 서울 청계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이 알록달록한 머랭쿠키 앞에서 멈췄다. 파운드케익, 카스테라, 와플 등 다양한 베이커리를 둘러보던 한 시민은 1만원어치를 구매했다. 발달장애인 직원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는 총 40개의 시설이 참여한 ‘장애인생산품 홍보장터’를 열고, 생산품에 대한 인식개선과 더불어 브랜드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을 시행, 각 지자체마다 부서, 기관별 1년 치 물품 구매·용역 생산 중 1% 이상을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생산한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의 우선구매액은 총 5312억원으로 전체 구매액(46조8179억원)의 1.13%를차지해 법정 목표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자체(0.83%), 교육청(0.89%)로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
쇼핑백과 박스 등을 생산하고 있는 기능장애인협회 광진지부 소속 광진장애인보호작업장은 생산품 80% 이상을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억8000만원 정도로, 코레일 등 공공기관과 사전 계약 후 생산품을 제작해오고 있다.
김미애 팀장은 “쇼핑백이 주생산품 치고는 매출이 높은 편이며, 대부분 전화로 문의가 온다”며 “코레일 속 명품나루, 해랑 등에서 쇼핑백이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낮은 인지도 덕에 홍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팀장은 “홍보 판매할 수 있는 판매시설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전문 인력이 없어서 사회복지사가 직접 우편을 통해 홍보하고 있지만 효과가 높지는 않다”면서 “공공기관 담당자 또한 실적을 채우기만 급급한 것 같다. 생산품에 대한 인식개선과 더불어 판로개척이 절실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증장애인 23명이 100% 천연잿물을 사용해 무공해 발효 항아리를 비롯, 밥그릇, 옹기반찬통 등 옹기 소품류를 제작하는 장수군 장애인보호작업장. 지난 5월 전북 장수군으로부터 생산시설 지정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일반시민들에게 선보였다. 김균수 원장은 사업을 위해 직접 기업체들을 방문해 옹기 제작 노하우부터 차근차근 밟았다.
김 원장은 “보호작업장을 시작한지는 4년이고, 1년정도 준비해왔다. 매출은 1억원을 넘길 때도 있지만 최근 경기가 좋지 못 하다”며 “지난달 생산시설로 인증 받았기 때문에 이제부터 홍보에 매진할 예정이다. 장수군과 협력해서 공공기관 리스트를 받아 우편을 발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직업재활시설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다. 김 원장은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원해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의 자립지원이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원장은 “직원들이 대부분 중증장애인이다. 자활센터의 경우에는 임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직업재활 쪽은 운영비가 많지 않고 인건비 지원이 없다. 인건비를 어느 정도 지원해주면 자립지원이 가능할 정도가 될 텐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불어로 밀알을 뜻하는 래그랜느 보호작업장은 자폐성 장애인 10명이 제과제빵 기술자의 감독 하에 100% 핸드메이드 수제쿠키를 생산하고 있다. 총 10종류의 쿠키와 빵류, 그리고 쿠키 선물세트가 주 생산품이다. 지난해 사회적기업에서 직업재활시설로 전환 이후, 근처 학교 까페 등에 납품하고 있다. 홈페이지(www.lesgraines.org)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이날 홍보장터에는 김전승 주임과 장애인근로자인 오정선(25세, 지적3급)씨가 부스를 지켰다. 오 씨는 “오늘 만원 팔았다. 빵 만드는 게 즐겁다”고 했다. 김 주임은 “대부분 발달장애인 근로자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워 잘 다독이면서 생산품을 만들고 있다”며 “두뇌자극이 필요해 성경쓰기, 산행 등도 함께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근에 밀알학교나 사무실에서 오셔서 쿠키세트 등을 주문하고 있는 편”이라면서 “이번 홍보장터를 계기로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김영화 회장은 “장애인생산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고 사회적 책임 차원보다는 ‘장애인이니 도와준다’라는 접근이 강하다. 일자리창출 개념이 아닌 법적인 부분으로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구매하는 부분이 크다”며 “복지적 개념이 아닌 일자리 개념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매년 9000여명의 특수학교 졸업생들이 직업이 없지만 이를 대처하는 부처가 없다. 비장애인의 실업 또한 심각하지만 장애인 실업 부분도 등한시 말았으면 좋겠다”며 “직업재활시설을 사회복지시설 테두리를 벗어나 일터 개념의 정책적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